들뜬 전자처럼 돌아오기

원자는 중심에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들이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들이 어디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계단처럼 정해진 위치에만 있을 수 있어요.
전자가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계단처럼 불연속적이라는 뜻입니다.
계단의 1.5단 부분에는
올라설 수 없는 것과 같은 거예요.
이런 의미에서 전자는 ‘양자화’ 되어 있다고 하며
양자역학은 이러한 분야를 공부하는 학문이죠.

전자가 움직일 수 있는 각각의 위치를
‘에너지 준위’라고 부릅니다.
위치라는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공간 상의 자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정해진 에너지 값을 의미해요.
에너지 준위가 낮다는 것은
전자의 에너지가 작다는 것이고
에너지 준위가 높다는 것은
에너지가 크다는 의미입니다.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높은 계단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조금 쉬울 거예요.
단위 또한 에너지의 단위인 J(줄)을 사용합니다.
다만 전자의 에너지는 매우 작기 때문에
전자볼트(eV)라는 단위를 더 자주 사용해요.

전자는 보통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에 머물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데요.
이러한 전자를 ’바닥 상태(ground state)’에
있다고 표현합니다.
외부에서 열이나 빛 같은 에너지를 받게 되면
전자는 더 높은 에너지 준위로
점프하듯 이동합니다.
이 상태를 ’들뜬 상태(excited state)’라고 하죠
전자가 들뜬 상태에 있다는 건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전자의 입장에서는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전자는 이 불안정한 상태에 계속 머무르기 보다는
다시 바닥 상태로 돌아가려 하는데요.
이때 남는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방출하면서
바닥 상태로 돌아갑니다.
불꽃놀이의 색, 형광등의 빛, 북극광
이 모두가 들뜬 상태의 전자가
다시 바닥 상태로 내려오면서
빛을 내는 현상이에요.
이때 전자가 방출하는 빛은
각 원소마다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어서
방출하는 빛의 색만 봐도
어떤 원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특정한 색의 빛이 선으로 나타나는 것을
‘선 스펙트럼’이라고 불러요.

들뜬 전자는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학 반응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평소엔 반응하지 않던 원자와 결합하거나
전자를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죠.
그리고 충분히 큰 에너지를 흡수한다면
전자가 아예 원자 밖으로 튕겨 나가는
이온화 현상도 일어날 수 있어요.
이온이 된 원소와 ‘자유의 몸’이 된 전자는
다양한 화학 반응에 참여하며
물질 세계의 변화를 주도할 겁니다.

전자가 들떴을 때는
이처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데요.
이 모습은 우리가 기분이 들떴을 때와도 닮아 있어요.
기대되는 일이 있거나
기분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기분이 들떴다’고 말합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는 들뜨고 설레어
쉽게 잠이 오지 않아요.
첫 직장을 갖게 되었거나
계획했던 일이 생각대로 잘 풀려 성과를 냈다면
들뜬 마음에 말이 많아지기도
전에 없던 친절을 베풀기도 하죠.
들떴을 때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에너지가 넘치고
평소보다 더 활기차게 움직여요.
들뜬 상태의 전자가 화학 반응에 참여하듯
새로운 도전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자가 들뜬 상태로 오래 머물지 않듯이
우리도 줄곧 들떠 있을 수는 없어요.
안정된 상태인 ‘바닥 상태’로 돌아와야 하죠.
그게 우리의 본래 상태이고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안정적인 ‘바닥 상태‘로 돌아와
‘또다른 들뜰 날’을 준비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충분한 에너지가 모여
다시 들뜬 어느 날이 오면
전자가 빛을 내듯
또하나의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 낼 거예요.
그리고 그 빛은
원소들이 그러하듯
나만이 유일하게 만들 수 있는
‘나의 고유한 빛’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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